롯데·신세계·현대를 나란히 최고 기록으로 밀어올린 힘은 내수가 아니라 명품·외국인·환율이라는 세 외생 변수였다.
2026년 1분기, 글로벌 럭셔리의 맏형 LVMH는 매출 약 191억 유로로 보고환율 기준 전년 대비 6% 줄었다(정환율 기준으로는 +1%). 패션·가죽 부문만 떼어 보면 매출이 101억 유로에서 92억 유로로 9% 감소했다. 같은 분기, 한국의 백화점 3사는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롯데·신세계·현대가 나란히 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고, 그 안에서 명품 카테고리는 3사 모두 약 30% 뛰었다.
숫자만 보면 두 시장은 다른 세계에 있는 듯하다. 롯데백화점은 매출 8,723억 원(+8.2%)에 영업이익 1,912억 원(+47.1%)을 냈고, 신세계백화점은 매출 7,409억 원(+12.4%)에 영업이익 1,410억 원(+30.7%)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부문 순매출 6,325억 원(+7.4%)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찍었다. 이익 증가율이 매출 증가율을 크게 웃돈 것은, 마진이 높은 명품 카테고리로 판매 구성이 쏠렸다는 신호로 읽힌다.
글로벌 수요가 식는 분기에 한국 3사만 전부 최고 기록을 세운 것 자체가 하나의 사건이다. 여기서 읽어야 할 것은 '역대 최대'라는 헤드라인이 아니라, 한국 채널이 글로벌 흐름에서 떨어져 나온 디커플링의 신호다. 무엇이 이 반대 방향의 그래프를 그렸는지가 이번 실적을 읽는 첫 질문이다.
1차 동력은 원화 약세가 만든 '외국인 효과'다. 환율이 낮아진 만큼 같은 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이 외국인에게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느껴진다. 여기에 K-컬처 열풍이 관광 수요를 끌어왔고, 수년간 누적된 공간 리뉴얼 투자가 결실을 맺으며 세 개의 톱니가 동시에 맞물렸다. 내수가 아니라 세 개의 외생 변수가 끌어올린 호황이라는 뜻이다.
메커니즘은 단순하다. 글로벌 본사가 가격을 올려도, 원화가 약하면 한국 매장의 외국인 체감가는 오히려 매력적이다. 관광 소비가 겹치면 서울은 명품을 사기 좋은 도시가 된다. 그 결과 한국은 에루샤가 매출을 방어할 수 있는 상대적 안전지대가 됐다.
성장의 진짜 엔진은 명품이다. 신세계 기준 명품은 약 +28% 뛰었고, 주얼리·시계는 50%대(추정)까지 신장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같은 분기 식품은 +13%, 일반 패션은 +11%에 그쳤다. 3사 명품 신장률이 모두 30% 안팎에 몰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분기 매출을 실제로 끌어올린 것은 초고가 카테고리였다.
문제는 성장의 '구성'이다. 초고가와 외국인에 성장이 쏠려 있다는 것은, 흔들리는 미들 마켓이 한 자릿수 신장에 갇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화려한 헤드라인 아래에서 카테고리별 온도차는 오히려 벌어졌다.
외국인 지표는 이 호황의 성격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외국인 고객 매출은 전년 대비 141% 급증했고, 본점 외국인 매출 비중은 29%까지 올라 3사 중 가장 높았다. 롯데 본점은 약 23%, 더현대 서울은 약 20%가 뒤를 이었다.
성장 동력이 관광 수요에 쏠릴수록 구조는 외부 충격에 취약해진다. 환율이 정상화되거나 관광이 식으면, 지금 실적을 떠받친 힘이 가장 먼저 빠져나갈 자리이기 때문이다.
같은 그룹 안에서도 명암이 갈린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부문이 역대 최대(부문 영업이익 +39.7%)였는데도 연결 영업이익은 12.2% 감소했다. 미국 관세와 글로벌 수요 둔화의 직격탄을 맞은 매트리스 자회사 지누스가 순매출 1,396억 원(-44.2%)·영업손실 301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기 때문이다.
양극화는 채널 밖이 아니라 채널 '안'에서 진행 중이라는 얘기다. 헤드라인은 '역대 최대'였지만, 연결 손익은 그 반대 방향을 가리켰다. 호황의 표면과 이면이 한 그룹 안에서 동시에 나타난 셈이다.
지금의 호황은 환율과 외국인이라는 외생 변수에 크게 기댄 구조다. 환율이 정상화되거나 관광 수요가 식으면 가장 먼저 흔들리는 건 중간 가격대다. 좋은 호황은 환율이 정상화돼도 살아남는다는 기준에서 보면, 이번 분기의 숫자는 방향만큼이나 지속 가능성을 묻는다.
브랜드와 리테일러가 던져야 할 질문은 하나다. '에루샤가 없는 매출도 +30%로 만들 수 있는가.' 환율·관광 의존을 분산할 내국인 로열티 설계, +11%에 멈춘 일반 패션의 가치 재정의, 지누스형 관세 리스크를 사전 분산할 포트폴리오 점검이 다음 사이클의 승패를 가른다. 외국인 의존을 헤지하고 흔들리는 미들 마켓을 다시 설계하는 쪽이 다음 사이클의 승자가 된다.
'역대 최대'라는 단어는 강력하지만, 그 안의 구성이 더 중요하다. 트렌드써클은 숫자의 방향보다 숫자의 출처를 읽는다. 이번 분기가 남긴 것은 기록이 아니라, 그 기록을 다음에도 반복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환율과 외국인이 만든 '역대 최대'. 질문은 방향이 아니라 지속 가능성이다 — 에루샤가 없는 매출도 +30%로 만들 수 있는가.
검증 요약: 롯데(8,723억·+8.2%, 영업익 1,912억·+47.1%), 신세계 백화점(7,409억·+12.4%, 영업익 1,410억·+30.7%, 명품 +28%·식품 +13%·패션 +11%), 현대 백화점부문(순매출 6,325억·+7.4% 역대 최대), 외국인 비중(신세계 본점 29%·롯데 본점 23%·더현대 20%), 신세계 본점 외국인 +141%, 지누스(1,396억·-44.2%, 영업손실 301억), LVMH(약 191억 유로·-6%, 패션·가죽 -9%) 모두 출처로 확인됨. 고친 항목: ① 카드07 '현대 연결 영업익 988억' 절대값은 출처로 단독 확인 불가 → '(예시)' 표기 ② 카드05 도넛이 서로 다른 점포의 외국인 비중과 의미 없는 '내국인 등 28' 잔여값을 한 믹스로 섞어 오해 소지 → 3사 점포별 외국인 비중 '비교' 차트로 재구성 ③ LVMH -6%는 보고환율 기준(정환율로는 +1%)이라는 단서를 아티클·소스에 추가해 '글로벌 붕괴' 과장 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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