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소재·원가·가격·재고 — 아홉 단계를 AI가 데이터로 잇는다
옷 한 벌은 한 사람이 만들지 않습니다. 무엇을 몇 개 만들지 정하는 사람, 원단을 고르는 사람, 샘플을 고쳐가며 원가를 계산하는 사람, 가격을 정하는 사람, 어느 매장에 몇 개 보낼지 나누는 사람, 상품 사진과 설명을 만드는 사람이 각각 있습니다. 문제는 실력이 아니라 판이 나뉘어 있다는 데 있습니다. 부서마다 같은 옷을 다르게 부르고, 원단을 바꿨는데 원가표는 어제 것이고, 무엇이 안 팔렸는지는 시즌이 끝나야 압니다. 사람을 더 뽑아도 잘 안 풀리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이 흩어진 기록을 한 곳에 모으자는 도구가 PLM(Product Lifecycle Management, 제품 수명주기 관리)입니다.
PLM은 원래 옷이 태어나서 생산에 들어갈 때까지를 한 화면에 두는 도구였습니다. 원단 카드는 서랍에, 원가는 엑셀에, 승인은 메일에 있던 것을 한 곳에 모으고, 누가 언제 무엇을 바꿨는지까지 기록으로 남깁니다.
달라진 건 범위입니다. 이제 가격(언제 얼마나 내릴지), 재고(어느 매장에 몇 개 보낼지), 경쟁사 가격 수집, 상품 사진·설명의 다채널 배포까지 같은 도구 안에서 다룹니다. 만드는 쪽에서 파는 쪽으로 선이 이어진 셈입니다.
센트릭소프트웨어는 전 세계 2만 개 이상의 브랜드가 생산성과 성장을 위해 자사 솔루션을 선택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센트릭은 2026년 5월 21일 Centric AI Studio를 내놨습니다. 스케치·컨셉·컬러웨이를 수 초 안에 만드는 기능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흔한 이미지 생성 도구와 다르지 않습니다.
차이는 그다음에 있습니다. 보통의 이미지 도구는 그림이 나오면 거기서 끝나고, 소재·치수·원가는 사람이 다시 적습니다. PLM 안의 AI는 시안을 고르면 그 정보가 붙은 채로 다음 담당자에게 넘어갑니다.
즉 빨라지는 건 그림이 아니라 그림 뒤에 따라붙던 재입력입니다. 범용 AI와 다른 지점이 여기라는 것이 실사용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2024년 3월 도입을 발표했습니다. 국내 1,200여 매장과 밀라노·뉴욕·상하이·하노이·도쿄 지사에 흩어져 있던 것을 한 곳에서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탑텐을 운영하는 신성통상은 원단·부자재 데이터를 이 플랫폼 안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다만 두 사례 모두 발표 시점 기준이고, 이후 적용 범위가 어디까지 넓어졌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해외에서는 루이비통·마이클 코어스·케이트 스페이드·유니클로·아식스·타미힐피거·베스트셀러·새미소나이트·스케쳐스(중국) 등이 고객사로 발표돼 있습니다. 명품부터 SPA까지 같은 도구를 씁니다.
스케쳐스 중국은 2017년 의류 사업에 Centric PLM을 먼저 넣었습니다. 디자인팀과 협력사가 같은 화면에서 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2020년, 신발 사업까지 범위를 넓혔습니다. 회사가 밝힌 이유는 세 가지였습니다 — 데이터가 흩어져 있고, 정보가 서로 어긋나고, 부서 간 조율이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목표도 함께 밝혔습니다. 협업 창구를 하나로 모으고, 상품 구성을 눈으로 확인해 선택할 수 있게 하고, 판단 근거가 남는 체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도구를 바꾸는 일이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저희가 이번에 확인한 것은 방향입니다. 만드는 단계에 자료를 모으던 도구가 파는 단계까지 붙었고, 그 사이를 AI가 데이터로 잇습니다.
같은 옷을 같은 이름으로 부르기로 정하고, 바뀐 원단을 그때그때 반영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이 합니다. 달라지는 것은 그 일에 드는 시간입니다. AI가 데이터를 모으는 동안 사람은 더 중요한 결정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이번 편을 센트릭소프트웨어와 유료로 협업해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인용한 수치의 출처를 문장마다 남겼습니다.
①성과 수치(공급사가 밝힌 성과 지표)는 전부 센트릭 발표치이며 산출 방법·분모·표본은 공개돼 있지 않다. 저희가 확인한 것은 「그렇게 발표됐다」까지다. ②다쏘시스템의 표준 지정은 2026년 6월 양사 보도자료로 확인했고 국내 적용 범위나 계약 조건은 확인하지 못했다. ③삼성물산 패션부문 도입은 2024년 3월 발표 기준이며 이후 확장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 ④신성통상 도입은 국내 매체 보도로만 확인했고 1차 자료는 못 찾았다. ⑤'옷 한 벌이 거치는 단계'는 업계 일반 공정을 정리한 것으로 브랜드마다 다르다. ⑥이 편은 센트릭 소프트웨어와의 유료 협업이며 그 사실을 마지막 장과 캡션에 명시한다. ⑦스케쳐스 중국 사례(2017년 의류 도입·2020년 신발 확대)는 센트릭소프트웨어 공식 보도자료 기준입니다. ⑧해외 고객사 목록은 센트릭·다쏘시스템 발표 기준이며 각 브랜드의 현재 사용 여부를 개별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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