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어는 세 번 죽었고, 그 옷을 만드는 회사 매출은 1.8배가 됐습니다
고프코어가 끝났다는 말은 2024년부터 세 번 반복됐습니다. 마지막 선고는 살로몬 CEO 본인의 입에서 나왔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아크테릭스가 속한 부문 매출은 1.8배가 됐고, 회사는 올해 전망을 오히려 올렸습니다. 유행어의 수명과 제품의 수명은 다른 시계를 씁니다.
먼저 말부터 정리하겠습니다. 산에서 먹는 견과·건포도 간식을 영어로 GORP이라고 부릅니다. 거기에 어떤 취향을 뜻하는 접미사 「코어」를 붙여 2017년 미국 매체 더컷이 만든 말이 고프코어입니다. 등산복을 산이 아니라 도시에서 입는 차림을 가리킵니다.
구성은 단순합니다. 산에서 입던 보온용 플리스, 비바람을 막는 고어텍스 셸, 밑창이 두툼한 등산화와 트레일화, 장비를 담던 배낭과 힙색. 원래 기능을 위해 만들어진 옷이 도시로 내려온 것이고, 그래서 유행이 끝나도 기능은 남습니다.
고프코어의 부고는 한 번이 아니었습니다. GQ 글로벌 스타일 디렉터 노아 존슨은 2024년 9월 20일 'RIP Gorpcore'에서 트렌드로서의 고프코어는 죽었다고 썼습니다. 2025년 5월 29일에는 SportsVerse가 '고프코어 브랜드에 무슨 일이 일어났나'를 물었습니다.
가장 무거운 선고는 2025년 12월 10일에 나왔습니다. 비즈니스오브패션 인터뷰에서 살로몬 대표 기욤 메장크가 직접 고프코어는 끝났다고 말했습니다. 그 옷을 만들어 파는 회사의 대표가 직접 한 말입니다.
세 기사 모두 제목과 본문이 다릅니다. GQ는 같은 글에서 플리스와 고어텍스 셸, 등산화는 그냥 필수품이라 계속 남을 것이라고 썼습니다. 유행어가 끝났다는 말이지 옷이 안 팔린다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SportsVerse도 마찬가지입니다. 패션 유행어로서는 소멸했지만 본업을 지킨 브랜드는 살아남았다는 것이 논지였고, 기사 스스로 아크테릭스와 살로몬이 각각 연매출 10억 달러를 넘겼다고 적었습니다. 살로몬 CEO 발언이 실린 비즈니스오브패션 기사의 제목은 아예 '살로몬의 러닝과 패션 성장 계획'이었습니다.
이 편의 핵심은 검색어 세 개를 한 화면에 겹쳐 놓았을 때 드러납니다. 「고프코어」는 2023년 3월에 정점을 찍고 지금 7까지 내려왔습니다. 정점의 15분의 1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부고 기사가 맞습니다.
그런데 「트레일러닝」의 정점은 2024년 10월, 「살로몬」의 정점은 2025년 8월입니다. 고프코어가 꺾인 자리에서 트레일러닝이 올라왔고, 그 뒤를 살로몬이 이어받았습니다. 소비자가 살로몬을 찾을 때 머릿속에 있던 말은 고프코어가 아니라 트레일러닝이었던 셈입니다.
다만 셋은 각자의 최고치를 100으로 놓은 상대 지수입니다. 어느 쪽이 절대적으로 더 많이 검색됐는지는 이 그림으로 말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읽어야 할 것은 크기가 아니라 정점의 시점입니다.
숫자는 반대 방향으로 갔습니다. 아크테릭스가 속한 아머스포츠 테크니컬 어패럴 부문 매출은 2023년 15억9,300만 달러(약 2.3조원)에서 2025년 28억5,600만 달러(약 4.1조원)가 됐습니다. 1.8배입니다.
2025년 한 해만 봐도 30% 늘었습니다. 그룹 전체 매출은 65억6,620만 달러(약 9.5조원)로 27% 증가했고, 살로몬은 연매출 20억 달러를 넘겼습니다. 유행어가 세 번 죽는 동안 매출은 한 번도 꺾이지 않았습니다.
2026년 5월 19일 아머스포츠는 1분기 매출 19억4,550만 달러(약 2.8조원, +32%)를 발표하면서 연간 매출 성장률 전망을 16~18%에서 20~22%로 올렸습니다. 끝났다고들 하는 시장에서 전망을 올린 것입니다.
부문별로는 살로몬이 42% 성장해 아크테릭스가 속한 테크니컬 어패럴(33%)을 앞질렀습니다. 고프코어의 얼굴로 불리던 브랜드보다 러닝·트레일 쪽 브랜드가 더 빨리 컸다는 뜻입니다.
같은 자료를 반대편에서 읽으면 경고가 보입니다. 테크니컬 어패럴의 기존점 성장률은 2024년 28%에서 2026년 1분기 19%로 내려왔습니다. 같은 분기 매출이 33% 늘어난 배경에는 매장 수 39% 확대(722개)가 있었습니다.
같은 매장에서 더 파는 것이 아니라 매장을 더 여는 쪽으로 성장의 축이 옮겨간 것입니다. 그 방식은 언젠가 멈춥니다. 주가가 52주 기준 8.6% 내린 것도 시장이 그 지점을 보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고프코어」는 패션 매체가 만든 말이고, 트레일러닝은 러닝에서 나온 말입니다. 뿌리가 다릅니다. 로드에서 달리는 러닝, 산길에서 달리는 트레일 러닝, 그리고 안 달릴 때도 신는 스포츠스타일까지 — 모두 러닝이라는 한 뿌리에서 갈라진 갈래입니다.
살로몬이 탄 파도는 앞쪽이 아니라 뒤쪽이었습니다. 회사는 2026년 들어 트레일에서 러닝 전체로 축을 넓히고 있고, 스포츠스타일이 성장을 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검색에서도 순서가 같습니다 — 트레일러닝의 정점(2024년 10월)이 살로몬의 정점(2025년 8월)보다 앞섰습니다.
그래서 「고프코어가 끝났다」는 말과 「살로몬이 컸다」는 사실이 동시에 참일 수 있습니다. 두 말이 가리키는 뿌리가 애초에 다릅니다.
반대편 증거도 정직하게 놓아야 합니다. 살로몬·아크테릭스·호카를 한 화면에서 뽑으면 서로 비교가 됩니다(검색어를 따로 뽑은 지수는 각각 자기 최고를 100으로 잡아 크기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보면 6년 내내 앞선 브랜드는 아크테릭스였습니다. 살로몬이 앞선 것은 2025년 가을 몇 주뿐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셋 다 정점을 지나 내려와 있습니다.
브랜드가 남았다는 말이 열기가 계속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기존점 성장률이 28%에서 19%로 내려온 것과 같은 방향의 신호입니다.
패션 매체가 이름을 갈아치우는 속도는 소비 데이터보다 훨씬 빠릅니다. 고프코어라는 말이 세 번 죽는 동안 그 옷을 만드는 회사의 매출은 1.8배가 됐습니다. 유행어의 수명과 제품의 수명은 애초에 다른 시계를 씁니다.
그렇다고 이 시장이 안전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기존점 성장률이 28%에서 19%로 내려온 것은 분명한 신호이고, 매장을 계속 여는 방식은 언젠가 한계에 닿습니다. 다음 유행어가 무엇이 될지를 좇는 대신 기존점 성장률이 언제 다시 올라가는지를 보는 편이 훨씬 정확합니다. 그 숫자가 꺾이면 그때는 진짜입니다.
① 초안이 쓴 '검색 정점 이후 2.6배'는 채택하지 않았습니다. 초안 자신이 제시한 수치(2023년 15억9,300만 달러 → 2025년 28억5,600만 달러)로 계산하면 1.79배이고, 2.6배는 2022년을 기준으로 삼아야 나오는 값이라 '검색 정점(2023) 이후'라는 문장과 맞지 않습니다. 직접 보고된 두 해만 써서 1.8배로 정정했습니다. ② 2024년 부문 매출은 발표문의 '+36%'와 이듬해 발표의 역산치가 어긋납니다(소급 수정된 기저). 어긋나는 연도는 차트에서 뺐습니다. ③ 아머스포츠의 부문별 수치는 회사 발표에만 존재합니다(외부 검증 불가). ④ 리스트 인덱스(Lyst)는 이 편에서 아예 뺐습니다. 럭셔리·디자이너 마켓플레이스의 데이터라 아웃도어 브랜드가 거기 없는 것은 '패션에서 졌다'가 아니라 애초에 그 표본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대신 같은 화면에서 뽑아 서로 비교되는 브랜드 검색 지수를 썼습니다. ⑤ '러닝이 고프코어를 대체했다'도 채택하지 않았습니다 — 호카는 2026년 6월 분기 +7.7%인 반면 온은 2025년 +30%로, 러닝 카테고리가 아니라 개별 브랜드의 차이입니다. ⑥ 환율은 2026년 8월 기준 1달러 1,443원·100엔 930원으로 환산했습니다. ⑦ 검색어 3종은 각자의 기간 내 최고치를 100으로 한 상대 지수입니다. 검색어끼리의 절대 크기 비교는 불가하며, 이 편에서 읽는 것은 정점의 시점입니다. ⑧ 캠핑(스노우피크 상장폐지)은 사실이지만 이 편의 축과 인과가 닿지 않아 뺐습니다 — 트레일러닝이 러닝에서 갈라졌다는 개념으로 그 자리를 채웠습니다.
이메일을 남기시면 3편을 더 열어드려요.
주 1회, 그 주의 리포트 요약도 메일함으로 보내드립니다.
언제든 한 번의 클릭으로 해지할 수 있어요. 발송·구독자 관리는 스티비에 위탁합니다.
인스타그램에서 바로 이어보셔도 됩니다. @trendcircle_seoul 팔로우 →
여기까지 오셨다면, 이제 전체를 여는 쪽이 낫습니다.
월 4,900원커피 한 잔 값으로 아카이브 전체를 언제든지.
멤버십은 준비 중이에요. 지금은 뉴스레터로 새 리포트를 계속 받아보실 수 있어요.
브랜드·플랫폼에서 일하고 계신가요? 같은 리서치를 글로벌 브랜드 안에서 귀사 기준으로 다시 돌려드립니다. 리서치 제안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