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된 보스턴 하나에 집중한 두 번째 협업 — 협업이 관계가 되는 순간
버켄스탁이 4년 만에 아더에러를 다시 불렀습니다. 올여름에만 파트너를 넷이나 부른 회사가, 두 번 부른 이름은 하나뿐입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네 모델을 늘어놓는 대신 50년 된 클로그 하나만 골라 깊게 팠습니다. 협업이 이벤트에서 관계로 넘어가는 순간을, 이 조합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2022년의 1차 협업은 네 모델을 한꺼번에 손봤습니다. 보스턴, 아리조나, 밀라노, 취리히까지 라인업을 넓게 펼치는 전형적인 협업 문법이었죠. 이번엔 반대입니다. 보스턴 하나만 골라 캡과 플랩 두 가지 버전을 냈습니다.
많이 보여주는 대신 하나를 깊게 파는 쪽으로 문법이 바뀐 겁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보스턴이었을까요.
보스턴은 1976년에 나온 버켄스탁의 첫 클로그입니다. 샌들을 추운 날에도 신고 싶다는 요구에서 출발했고, 발이 편해야 하는 직업 — 의사와 요리사가 먼저 신었습니다. 올해로 꼭 50년이 됐습니다.
이 모델이 지금 회사에서 차지하는 자리가 중요합니다. 클로그는 현재 버켄스탁 매출의 38%를 차지하고, 그 비중은 1년 새 5%포인트 늘었습니다. 샌들의 대명사인 회사에서 정작 자라는 카테고리는 샌들이 아니라 클로그라는 얘기입니다. 협업의 대상 선정이 취향이 아니라 사업이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버켄스탁은 올여름에만 협업 파트너를 넷 불렀습니다. 각 협업이 공개된 주의 언급량을 재 보면 아더에러가 가장 크게 회자됐고, 두 번 부른 파트너도 넷 중 아더에러 하나뿐입니다.
1회차 협업은 실험입니다. 반응을 재 보는 자리죠. 2회차는 다릅니다. 가장 크게 회자된 파트너를 다시 불렀다는 건, 실험 결과를 보고 관계를 맺기로 했다는 뜻입니다. 상시 파트너 명단에 오르는 것 — K브랜드 협업에서 이게 갖는 무게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이번 협업의 주제는 「실(Thread)」 하나입니다. 서로 다른 둘을 잇는 가장 단순한 물건이라는 이유에서요. 두 모델 모두 버켄스탁의 풋베드 구조는 손대지 않았습니다. 대신 갑피와 스티치, 그리고 아더에러의 시그니처 파랑을 썼습니다.
로고 두 개를 나란히 박는 협업과, 주제 하나를 제품으로 옮기는 협업은 다릅니다. 전자는 장식이고 후자는 설계입니다. 이번 건은 후자 쪽이고, 그래서 주제가 마케팅 문구가 아니라 물건 그 자체가 됐습니다.
2022년 1차 협업의 네 켤레는 지금도 크림에서 거래됩니다. 다만 값은 발매가 아래입니다. 협업이라고 자동으로 웃돈이 붙는 시대는 지났다는 뜻이죠.
그래서 이 협업이 남긴 건 리셀 프리미엄이 아니라 이름입니다. 새 모델을 띄우는 협업이 있고, 오래된 모델을 다시 읽게 하는 협업이 있습니다. 이번 건은 뒤쪽입니다. 50년 된 모델을 올해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일 — 브랜드 입장에서 그건 신제품 개발보다 쌉니다. 버켄스탁이 아더에러를 다시 부를 이유는 충분했던 셈입니다.
협업 매출 기여는 양측 비공개다. 언급량은 네이버 블로그 한 곳 집계로 광고성 글을 가르지 않았다. 거래 수치는 크림 화면 표기(누적 추정)이며 플랫폼 한 곳의 단면이다.
이메일을 남기시면 3편을 더 열어드려요.
주 1회, 그 주의 리포트 요약도 메일함으로 보내드립니다.
언제든 한 번의 클릭으로 해지할 수 있어요. 발송·구독자 관리는 스티비에 위탁합니다.
인스타그램에서 바로 이어보셔도 됩니다. @trendcircle_seoul 팔로우 →
여기까지 오셨다면, 이제 전체를 여는 쪽이 낫습니다.
월 4,900원커피 한 잔 값으로 아카이브 전체를 언제든지.
멤버십은 준비 중이에요. 지금은 뉴스레터로 새 리포트를 계속 받아보실 수 있어요.
브랜드·플랫폼에서 일하고 계신가요? 같은 리서치를 글로벌 브랜드 안에서 귀사 기준으로 다시 돌려드립니다. 리서치 제안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