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 → 3,500억 → 2조8,000억 — 컬리는 어떻게 돌아왔나
컬리는 한때 '상장 실패의 대명사'였습니다. 2021년 프리 IPO에서 약 4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지만 2023년 상장을 철회했고, 시장이 매긴 몸값은 3,500억 원까지 떨어졌습니다. 11분의 1 토막이었습니다. 그 회사가 2026년 창사 첫 연간 흑자를 냈고, 5월 네이버가 참여한 유상증자에서 약 2조8,0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컬리는 2021년 프리 IPO에서 약 4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고, 2022년에는 상장 예비심사도 통과했습니다. 그러나 2023년 상장 계획을 잠정 철회했습니다.
금리 인상과 증시 부진이 겹쳤고, 적자를 감수하며 성장하던 플랫폼 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빠르게 식었습니다. 상장이 미뤄지는 사이 시장이 매긴 컬리의 몸값은 3,500억 원까지 떨어졌습니다. 고점 대비 11분의 1 수준입니다.
컬리는 2026년 3월 발표에서 창사 첫 연간 흑자를 알렸습니다. 연 매출 2조3,671억 원으로 전년 대비 7.8% 늘었고, 영업이익 131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거래액은 3조5,340억 원으로 13.5% 증가했습니다.
2025년 3분기에 영업이익 61억 원과 당기순이익 흑자 전환을 먼저 기록한 뒤 연간 흑자로 이어졌습니다. 분기 반짝 흑자가 아니라 흐름이 바뀐 것이라는 신호였습니다.
첫 번째 엔진은 물류였습니다. 컬리는 배송을 외부에 맡기는 구조의 한계를 인식하고, 주문량과 공정별 인력 배치 데이터를 모아 규칙을 세웠습니다. 상품을 찾고 동선을 짜는 일을 기계가 대체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꿨습니다.
이 과정에서 영업이익률이 5%포인트 개선됐습니다. 그리고 직매입에만 쓰던 물류망을 3P 물류로 확장할 여지가 생겼습니다. 비용을 줄이려고 시작한 일이 새 사업으로 이어진 셈입니다.
두 번째 엔진은 네이버였습니다. 네이버는 사업 제휴를 넘어 컬리 지분까지 확보했고, 네이버 플랫폼 안에 장보기 전문관 '컬리N마트'가 들어섰습니다.
구조적으로 중요한 것은 주문의 흐름입니다. 네이버에서 발생한 주문이 컬리 물류망으로 연결되면서 물류센터 가동률이 올라갔고, 고정비 부담이 분산됐습니다. 물류 자회사 컬리넥스트마일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일부 상품의 샛별배송도 맡고 있습니다.
실적이 돌아서자 몸값도 따라 올라왔습니다. 2026년 5월 네이버가 330억 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컬리의 기업가치는 약 2조8,000억 원으로 책정됐습니다.
저점 3,500억 원과 비교하면 8배 회복입니다. 다만 2021년의 4조 원에는 아직 못 미칩니다. 시장은 컬리를 다시 평가했지만, 예전 가격표를 그대로 돌려주지는 않았습니다.
숫자를 나눠 보면 흑자의 두께가 드러납니다. 매출 2조3,671억 원에 영업이익 131억 원이면 영업이익률은 약 0.55%입니다. 1,000원어치를 팔아 5.5원이 남은 셈입니다.
'적자에서 흑자로'는 방향의 전환이지 체력의 완성이 아닙니다. 신선식품 이커머스는 원가와 물류비 비중이 높아 작은 충격에도 이익이 다시 사라질 수 있는 구조입니다. 컬리 관계자도 구체적인 상장 계획은 없으며 내실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얇은 이익률에서 다음 카드를 고르는 방법은 둘입니다. 더 많이 팔거나, 이미 많이 사는 사람을 더 붙잡거나. 컬리는 후자를 택했습니다.
기존 등급제 '컬리 러버스'를 접고 상위 9,999명만 대상으로 하는 VIP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VVIP 999명과 VIP 9,000명, 전체 고객의 약 0.08%입니다. 전용 큐레이션과 오프라인 경험, 전용 상담 라인을 얹은 구성은 백화점이 수십 년 써 온 VIP 문법에 가깝습니다.
컬리의 회생에서 읽을 것은 '흑자를 냈다'가 아니라 '어떻게 냈는가'입니다. 물류를 내재화해 비용을 줄였더니 3P 물류라는 새 매출원이 생겼고, 네이버 주문을 받아 물류센터 가동률을 올렸더니 고정비가 분산됐습니다.
다음 관전 포인트는 이익률입니다. 0.55%가 몇 퍼센트까지 두꺼워지는지, 그리고 상위 0.08%에 건 베팅이 나머지 고객의 이탈 없이 유지되는지가 상장 재추진의 조건이 될 것입니다.
① 기업가치 4조(2021 프리IPO)·3,500억(2023 시장 평가)·2조8,000억(2026.05 네이버 330억 유상증자 기준)은 각기 다른 시점·방식의 평가액이라 동일 잣대의 시계열이 아님 — 카드에 시점을 병기함. ② 영업이익률 0.55%는 발표된 매출 2조3,671억과 영업이익 131억으로 산출한 값이며 회사 공시 지표가 아님을 카드06 리포트에 명시. ③ '영업이익률 5%p 개선'은 물류 내재화 효과로 보도된 수치이며 전사 영업이익률과는 기준이 다를 수 있음. ④ 상장 재추진은 확정 사실이 아니며 회사는 '구체적 계획 없음'을 밝힘 — 추측성 표현을 쓰지 않음. ⑤ VIP 인원(999·9,000·9,999명)과 0.08%는 보도 기준이며 전체 고객 수 산정 방식은 공개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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