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화 시장이 77조 원으로 커지는 사이 도전자들은 사상 최대를 갈아치웠습니다. 그런데 나이키에서도 러닝은 5분기 연속 두 자릿수로 자랐습니다. 무너진 곳은 러닝 밖이었습니다.
2025년 결산을 나란히 놓으면 한 가지 장면이 반복됩니다. On은 창사 처음으로 5조 원을 넘겼고, 아식스는 4년 연속 최고 실적을 냈으며, 브룩스는 9년 연속 성장했습니다. 아디다스도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나이키의 연매출은 464억 달러로 보합에 머물렀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왕좌가 흔들리는 이야기로 읽힙니다. 그런데 나이키 안을 열어보면 러닝은 다섯 분기 연속 두 자릿수로 성장했고 점유율도 5%포인트 올랐습니다. 이긴 것은 특정 브랜드가 아니라 러닝이라는 칸이었습니다.
글로벌 러닝화 시장은 2025년 536억 달러에서 2030년 736억 달러로, 연평균 6.6% 성장할 전망입니다. 원화로 약 77조 원에서 105조 원, 5년 만에 1.4배가 되는 셈입니다.
다만 이 숫자는 하나로 모이지 않습니다. 같은 시장을 두고 맥시마이즈는 548억 달러, 퓨처마켓인사이트는 484억 달러, 데이터브리지는 194억 달러를 제시합니다. 최대와 최소가 2.8배 차이라, 시장 규모를 인용할 때는 어느 기관 기준인지를 함께 밝히는 편이 안전합니다.
On의 2025년 순매출은 스위스프랑 30억1,400만, 원화로 5조3,185억 원이었습니다. 성장률은 30.0%, 환율 영향을 걷어낸 기준으로는 35.6%입니다. 아시아태평양은 96.4% 늘어 1년 만에 거의 두 배가 됐습니다.
눈여겨볼 지표는 매출총이익률 62.8%입니다. 물량을 밀어내거나 할인으로 끌어올린 성장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아식스는 2025년 12월기 매출 8,109억 엔으로 원화 약 7조1,350억 원, 영업이익은 42.4% 늘어난 1,425억 엔을 기록하며 4년 연속 최고치를 썼습니다. 브룩스는 매출이 16% 늘어 9년 연속 성장했고, 중국에서만 245% 증가하며 미국 스페셜티 러닝 1위를 지켰습니다.
나이키의 FY2026 연매출은 464억 달러, 원화 약 66조5,200억 원으로 보합이었습니다. 환율중립 기준으로는 2% 감소이고 연간 순이익은 31억 달러로 3% 줄었습니다. 4분기 중국 매출은 12% 감소했으며 환율중립으로는 17% 감소였습니다.
4분기를 '어닝 서프라이즈'로 부르기 어려운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그 분기에는 9억8,600만 달러, 원화 약 1조4,100억 원의 관세 환급이 반영됐습니다. 실적을 비교할 때 이 항목을 빼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회계연도가 다르다는 점도 함께 감안해야 합니다. 나이키만 2025년 6월부터 2026년 5월까지이고, On·아식스·브룩스·아디다스는 2025년 기준입니다. 같은 창으로 잰 숫자가 아닙니다.
같은 기간 아디다스는 매출 248억1,100만 유로, 원화 약 40조8,200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은 54%, 계속영업 순이익은 67% 늘었고 환율중립 매출 성장률은 13%였습니다.
경쟁사들이 나란히 최고 실적을 내는 국면이라면, 나이키의 정체를 시장 탓으로 돌리기 어렵습니다. 다만 규모의 격차는 그대로입니다. 나이키의 66조5,200억 원은 여전히 On의 약 12.5배이고, 나이키가 한 달에 파는 금액이 On의 1년치와 비슷합니다.
나이키 실적에서 러닝은 다섯 분기 연속 두 자릿수로 성장했고, 매출이 10억 달러 늘었으며 점유율은 5%포인트 올랐습니다. 러닝에서 밀린 것이 아닙니다.
두 자릿수로 감소한 쪽은 스포츠웨어와 조던 스트리트웨어였고, 이 둘을 합치면 매출의 약 절반입니다. 성장하는 칸은 작고 줄어드는 칸이 컸던 셈입니다. 도전자들의 엔진이 아시아였다는 점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On의 아시아태평양이 96.4%, 브룩스의 아시아태평양·중남미가 66% 늘었고 중국은 245% 증가했습니다.
아식스는 2026년 매출 목표로 9,500억 엔, 17.2% 성장을 제시했습니다. 러닝이라는 칸의 성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신호입니다.
브랜드 입장에서 이 결산이 주는 함의는 순위표가 아닙니다. 같은 회사 안에서도 러닝은 자라고 스트리트웨어는 줄었습니다. 카테고리를 바꾸지 않은 채 브랜드만 손보는 처방으로는 방향을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러닝화는 서사보다 기록으로 팔리는 물건이라, 근거가 먼저 있어야 합니다.
초안에 있던 '나이키 주가 하루 13% 급락·11년래 최저'는 1차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니어서 폐기했습니다. FY26 4분기는 오히려 컨센서스를 넘겼고, 그 상승분의 정체가 9억8,600만 달러 관세 환급(매출총이익률 +900bp)이라는 점을 대신 실었습니다. '전문 브랜드가 나이키를 이겼다'는 프레임은 나이키 러닝 부문의 5분기 연속 두 자릿수 성장으로 반박해 '러닝이라는 칸이 컸다'로 교정했습니다. 브랜드별 실적은 각 사 IR·결산단신 1차 자료 기준이며, 회계연도가 서로 다릅니다(나이키만 2025.6~2026.5). 원화 환산은 2026년 7월 30일 유럽중앙은행 기준환율(1달러 1,433.7원·1CHF 1,764.6원·100엔 879.9원·1유로 1,645.3원)을 썼습니다. 시장 규모는 기관별 추정치가 194억~548억 달러로 2.8배 갈린다는 점을 카드에 명시했습니다. 나이키·아디다스 공식몰은 자동 접속이 차단돼 두 카드는 사진 대신 차트로 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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