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률 41% · 버킨 경매 사상 최고가 — 덜 팔아서 이긴 회사의 구조
같은 분기 성적표가 갈렸습니다. LVMH와 케링은 줄었고 에르메스만 늘었습니다. 그런데 매출보다 놀라운 건 남긴 몫입니다. 100원을 팔면 41원이 남는 회사 — 세일도 아웃렛도 없이 정가로만 팔아서 만든 숫자입니다. 명품 시장이 꺾인 해에 이 회사만 오른 이유는, 많이 팔아서가 아니라 덜 팔아서였습니다.
에르메스의 2025년 매출은 160억 유로, 우리 돈 약 26조원입니다. 영업이익은 65.7억 유로로 영업이익률이 41.0%에 달합니다. 세일도 아웃렛도 없이 정가로만 판 결과입니다.
이 숫자가 얼마나 이례적인지는 업계 평균과 견줘야 보입니다. 대부분의 명품 브랜드가 닿지 못하는 수준이고, 같은 해 LVMH와 케링의 성적표가 마이너스였다는 점까지 겹쳐 보면 더 그렇습니다.
2025년 7월 10일 파리 소더비 경매장에서 제인 버킨이 1984년부터 실제로 들고 다닌 오리지널 버킨백이 860만 유로에 낙찰됐습니다. 수수료까지 더하면 우리 돈 약 144억원, 핸드백 경매 사상 최고가입니다.
종전 기록과 비교하면 이 값의 무게가 보입니다. 이전 최고가는 2021년의 히말라야 켈리로 51만3,040달러, 약 7억6천만원이었습니다. 이번 낙찰가는 그 스무 배입니다. 하나의 가방이 만든 기록이라기보다, 이 브랜드에 시장이 매기는 값이 어디까지 올라왔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에르메스코리아의 2025년 매출은 1조 1,251억원입니다. 그리고 국내 중고 시장에서 에르메스 거래는 1년 새 3배로 늘었습니다. 새 제품을 사기 어려우니 중고로라도 사겠다는 수요가 그만큼 쌓여 있다는 뜻입니다.
정가는 7년째 오르기만 했습니다. 줄이 안 줄면 할인이 없습니다. 이 회사의 가격표에는 세일이라는 단어가 애초에 없고, 그런데도 수요가 공급을 앞지릅니다.
에르메스의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않습니다. 정확히는, 따라가지 않기로 설계돼 있습니다. 장인 생산 체계는 물량을 빠르게 늘릴 수 없고, 회사는 그 제약을 굳이 풀지 않습니다.
덜 팔아서 이긴다는 말이 역설처럼 들리지만, 이 회사의 구조에서는 그게 정확한 서술입니다. 희소성은 우연이 아니라 설계입니다. 명품 시장 전체가 꺾인 해에 이 전략의 값이 얼마인지가 숫자로 증명된 셈입니다.
낙찰가·실적·지역 수치는 소더비, 에르메스 2025 연간 실적(2026.02.12), LVMH·케링 공시 기준입니다. 한국 수치는 에르메스코리아 감사보고서(삼일회계법인·2026.03.19)와 이를 보도한 국내 매체 기준입니다. 원화 환산은 2026-07-24 환율(EUR≈1,676·USD≈1,472) 근사치입니다. 국내 중고 거래가와 미국 정가는 나라·가죽·연식이 달라 정확한 배수가 아니라 규모 비교로만 읽어야 합니다. 크림 거래 증가율은 플랫폼 한 곳의 자체 발표이며 전체 리셀 시장을 대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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