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카의 새 한국 파트너가 된 이랜드 중요한 건 뉴발란스 공식의 복제가 아닙니다
호카의 새 한국 파트너가 된 이랜드
중요한 건 뉴발란스 공식의 복제가 아닙니다
2026년 8월 20일, 호카를 보유한 데커스의 아시아태평양 법인이 이랜드를 대한민국 내 새로운 호카 총판으로 선정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데커스는 성명에서 이랜드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호카가 한국 시장에서 계속 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판권 후보로는 신세계인터내셔날과 LF, 무신사 등이 함께 거론됐습니다. 특히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같은 데커스 계열인 어그(UGG)를 한국에서 운영하고 있어 유력 후보로 꼽혔습니다. 다만 각 사가 제시했다는 계약 조건이나 목표 매출은 업계 관계자를 인용한 보도이지 공식 발표가 아닙니다.
정작 발표문에 없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업 개시일, 기존 매장과 재고의 이관 방식, 온라인몰 운영, 매장 확대 계획은 모두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이랜드도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협의를 마친 뒤 밝히겠다는 입장입니다.
지금 상황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차기 총판은 이랜드로 정해졌지만, 실제 바통터치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확인된 사실은 두 가지입니다. 데커스가 이랜드를 새 총판으로 선정했다는 것, 그리고 그 발표가 2026년 8월 20일에 나왔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확인되지 않은 것은 사업 개시일, 재고와 매장의 승계 방식, 그리고 기존 총판 조이웍스와 데커스 사이 계약 해지의 법적 유효성입니다.
조이웍스는 데커스의 발표가 일방적이라며 유통 시점과 재고 승계가 빠져 있다고 반박했고, 국제중재가 진행 중인데도 정상 절차가 진행되는 듯한 인상을 만든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랜드는 법리적으로 검토한 뒤 적법하게 계약했다는 입장입니다.
이번 총판 교체의 출발점은 2025년 12월 서울 성수동에서 벌어진 폭행 사건입니다. 조성환 당시 조이웍스 대표가 거래 관계가 있던 업체 관계자 2명을 폭행한 사건으로, 2026년 1월 보도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조 전 대표는 물리력 행사를 인정하고 사과한 뒤 1월 7일 대표직에서 물러났습니다.
데커스가 이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이유가 중요합니다. 데커스는 사건을 인지했다며 한국 유통 파트너와의 관계를 종료한다는 입장을 냈고, 보도에 따르면 파트너에게도 본사와 동일한 윤리 기준을 적용하는 무관용 원칙을 언급했습니다. 국내 총판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브랜드의 평판 관리 문제로 올라간 것입니다.
다만 표현은 정확히 나눠야 합니다. 폭행이 있었다는 것과 대표가 사퇴했다는 것, 데커스가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반면 피해자와 회사의 정확한 거래 관계는 논쟁 중입니다. 초기에 널리 쓰인 '하청업체 갑질'이라는 표현에 대해 조 전 대표 측은 과거 거래관계에서 갈라져 나온 경쟁업체 관계자였다고 반박했고, 일부 보도는 언론중재 절차 뒤 표기를 수정했습니다.
수사 단계도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2월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은 5월 29일 법원에서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됐습니다. 영장 기각은 무혐의나 무죄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또 조 전 대표가 8월 기자회견에서 제기한 '판권을 노린 외부 세력의 기획'이라는 주장은 현재 공개된 자료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더해 조이웍스는 계약 해지에 불복해 미국중재협회 산하 국제분쟁해결센터(ICDR)에 중재를 신청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ICDR은 4월 새 한국 유통사 선임을 제한하는 취지의 긴급명령을, 6월 데커스의 재심 요청 이후에도 본안 판단 전까지 기존 사업을 유지하도록 하는 취지의 추가 명령을 냈습니다.
조이웍스 매출은 2022년 249억원에서 2023년 433억원, 2024년 820억원, 2025년 1,065억원으로 늘었습니다. 3년여 만에 네 배 이상입니다. 업계에서는 이 가운데 80~90%가 호카에서 발생한 것으로 봅니다.
즉 한국의 호카는 이제부터 키워야 할 무명 브랜드가 아닙니다. 이미 1,000억원대에 올라선 브랜드이고, 엔데믹 이후 러닝 열풍과 함께 인지도가 빠르게 올라간 상태입니다.
글로벌 체급은 더 큽니다. 데커스의 2026 회계연도 호카 매출은 25억 8,700만 달러(약 3조6,500억원)로 전년 대비 15.9% 늘었고, 그룹 전체 매출 54억 7,000만 달러의 약 47%를 차지했습니다. 국제 매출은 27% 증가했습니다. 2026년 4~6월에도 호카는 7억 350만 달러로 7.7% 성장했고, 데커스는 사상 첫 분기 10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기업들이 경쟁한 대상은 위기에 빠진 브랜드의 판권이 아니라, 한국과 글로벌 양쪽에서 커지고 있는 프리미엄 러닝 브랜드의 다음 성장 구간이었습니다.
이랜드가 뉴발란스 국내 사업을 시작한 2008년, 한국 매출은 약 250억원이었습니다. 2010년 1,620억원, 2020년 5,000억원, 2023년 9,000억원을 거쳐 2024년 1조원을 넘었고 2025년에는 약 1조2,000억원 규모가 됐습니다. 17년 만에 약 48배입니다.
그런데 이랜드의 진짜 경쟁력은 '많이 팔았다'는 결과보다 그 과정에 있습니다. 글로벌 본사가 만든 제품을 수입해 파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소비자의 반응과 판매 데이터를 읽어 제품과 컬러와 라인업을 본사에 다시 제안했습니다.
카테고리를 넓힌 방식도 같습니다. 신발에서 의류로, 남성 중심에서 우먼스로, 성인에서 키즈로 확장하며 브랜드 하나를 토털 브랜드로 만들었습니다. 뉴발란스는 이랜드 패션 사업에서 가장 상징적인 성공 사례이자 핵심 축이 됐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뉴발란스 530입니다. 10년 가까이 단종돼 있던 모델을 이랜드 MD들이 다시 꺼냈습니다. 어글리 슈즈와 Y2K 흐름을 읽고 본사에 재출시를 제안했고, 본사의 우려에도 한국 시장의 변화를 데이터로 설득했습니다.
제품도 그대로 들여오지 않았습니다. 한국인의 발 모양과 보행 패턴에 맞춰 솔을 개편했고, 한국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컬러를 다시 짰습니다. 결과적으로 530은 국내에서만 200만 켤레가 팔리며 글로벌 베스트셀러로 부활했고, 이후 327·2002·610이 같은 방식으로 이어졌습니다.
정리하면 이랜드가 만든 것은 판매가 아니라 구조입니다. 고객 데이터에서 로컬 인사이트를 뽑고, 그것을 제품 제안으로 바꾸고, 한국에서 검증한 뒤 글로벌로 넘기는 흐름입니다. 이 구조가 호카에도 그대로 쓰일 수 있는지가 이번 계약의 실질적인 관전 포인트입니다.
여기서 가장 큰 착각을 피해야 합니다. 이랜드가 만났던 2008년의 뉴발란스는 한국 매출 250억원 규모의 성장 초기 브랜드였습니다. 반면 지금의 호카는 글로벌 연매출 25억 8,700만 달러(약 3조6,500억원)에 한국에서도 1,000억원을 넘긴 브랜드입니다.
데커스는 호카의 장기 전략으로 퍼포먼스 혁신과 라이프스타일 확장, 국제 시장 확대, 그리고 소비자 직접 판매(DTC) 강화를 함께 제시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브랜드 구축과 제품 혁신, 정상가 수요(full-price demand)를 반복해서 강조합니다.
그래서 이번 숙제의 성격이 다릅니다. 필요한 능력은 브랜드를 키우는 힘(Brand Building)보다 브랜드를 훼손하지 않고 크게 만드는 힘(Scale without Dilution)에 가깝습니다. 백화점과 아울렛, 온라인 플랫폼으로 유통을 빠르게 넓히고 할인에 기대면 단기 매출은 늘어도 호카가 가진 프리미엄 퍼포먼스 신뢰가 깎일 수 있습니다.
이랜드가 앞으로 다룰 순서를 굳이 그려 보면 이렇습니다. 첫째 클리프톤·본디·마하 같은 러닝 코어의 신뢰를 먼저 지키는 일, 둘째 매장 수 확대보다 러닝 경험과 피팅과 커뮤니티가 결합된 접점을 만드는 일, 셋째 여성과 일상 착화로 소비자를 넓히는 일, 넷째 한국 소비자 데이터로 컬러와 SKU를 본사에 역제안하는 일, 다섯째 백화점·러닝 전문점·온라인·플래그십의 역할을 나눠 가격과 희소성을 관리하는 일입니다. 다만 이는 공식 계획이 아니라 양사의 기존 전략을 근거로 한 전망입니다.
이번 계약을 데커스가 이랜드를 필요로 한 이야기로만 보면 절반입니다. 이랜드에도 호카가 필요합니다.
뉴발란스는 2027년 1월 한국법인을 세워 직접 사업에 나섭니다. 이랜드월드와의 라이선스 계약은 5년 연장돼 2030년까지 이어지고, 2027년부터는 본사와 이랜드가 한국에서 함께 운영하는 구조가 됩니다. 즉 한국 사업의 중심축이 단계적으로 옮겨가는 중입니다.
뉴발란스는 연 매출 1조원이 넘는 이랜드 패션의 핵심 브랜드였습니다. 그래서 이랜드에게 호카는 해외 브랜드 하나를 추가한 것이 아니라, 17년 동안 쌓은 스포츠 MD·상품·마케팅·리테일 조직이 다음 성장 모델을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에 가깝습니다.
업계에서 나온 '호카를 1조원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이야기가 허황된 말만은 아닌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다만 1,000억원대에서 1조원으로 가는 길은 러닝화 판매 확대만으로 되지 않습니다. 러닝화에서 일상화로, 남성에서 여성으로, 신발에서 의류와 아웃도어로, 도매에서 DTC와 플래그십으로 브랜드의 구조 자체가 바뀌어야 합니다.
① 이랜드가 제시한 계약 조건과 목표 매출(업계 보도의 '1조원')은 공식 발표가 아니라 업계 관계자를 인용한 보도다. ② 사업 개시일·매장과 재고의 이관 방식·온라인 운영 계획은 아직 공개된 것이 없다. ③ 데커스는 브랜드별 DTC·도매 매출을 따로 공시하지 않아 호카의 채널 구성은 이번 편에서 확인하지 못했다. ④ 조이웍스 매출 중 호카 비중 80~90%는 업계 추정치다. ⑤ 전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제기한 '판권 탈취 기획설'은 현재 공개된 자료로 확인되지 않았다. ⑥ 이랜드의 자체 생산 역량이 선정에 영향을 줬다는 일부 보도는 계약 내용으로 확인되지 않았고, 데커스는 공시에서 제품 생산을 독립 제3자 제조업체를 통해 수행한다고 밝히고 있다. ⑦ 환율은 2026-08-17 ECB 기준 USD 1,411.91원을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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